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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경영칼럼]부처의 가르침과 ESG…지속가능한 길 위의 사찰들

    오피니언 2025. 5. 3. 01:11 Posted by 직장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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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경영칼럼]부처의 가르침과 ESG…지속가능한 길 위의 사찰들

    [ESG.경영칼럼] 최봉혁칼럼니스트 (한국구매조달학회이사)

    부처의 가르침과 ESG…지속가능한 길 위의 사찰들

    "중생을 제도하라."

    이 짧은 말은 2600년 전 부처가 전한 핵심 가르침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가르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현대 경영의 언어로 다시 읽히고 있다.

    불교가 사회와 인간,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해온 종교라는 점에서, ESG는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불교는 ESG의 뿌리에 가까운 철학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전국 사찰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일부 사찰은 산불로부터 숲과 문화재를 지키고, 어떤 곳은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다. 또 다른 곳은 신도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부처가 말한 ‘제도(濟度)’는 고통 속에 있는 중생을 구제하는 행위다. 그 대상에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 식물, 심지어 무생물까지 포함된다. ESG 경영 역시 인간과 자연, 사회 전체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불교의 가르침과 ESG의 실천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 환경(Environmental) – "일체중생실유불성",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불교는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화엄경에서는 "산하대지 일체진언", 즉 산과 강, 땅까지도 모두 진리의 일부로 본다.

    법구경에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쓰여 있다. 이 말은 곧 모든 생명체가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약 38%가 사찰 인근에서 일어났다. 대부분 산지에 위치한 사찰은 전통 목조건축물과 고문서, 불화, 불상 등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불은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재에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

    이에 통도사는 2022년부터 드론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산불을 조기 감지하고 초기 진화에 효과를 발휘해, 산불 초동 진압률을 70% 끌어올렸다.

    해인사는 장경판전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장비는 화재 위험 지역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즉각 대응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조계종은 2024년 '그린 템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국 모든 사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차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사찰 운영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사찰은 더 이상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친환경 기술을 실험하고 적용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 사회(Social) – "상구보리 하화중생", 함께 나누는 공동체 정신

    불교의 사회적 가치는 자비와 나눔에 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말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불교 수행의 목표가 개인의 해탈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깨달음은 타인과 함께 나눌 때 완성된다는 것이다.

    2024년 3월, 충북 보은 법주사는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는 연기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옮겼다. 피해 지역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더라도, 고통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 봉은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불교 강좌를 열었다. 수어 통역사를 초청하고,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로 접근성을 높였다. 이 강좌는 500여 명이 참여하며 불교 포용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북 장성의 백양사는 인근 마을 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매주 운영하고 있다.

    불교에서 "보시는 최고의 복"(금강경)이라 말하지만, 이들의 나눔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다. 지역과 함께 숨 쉬는 공동체의 방식이다.

    이처럼 불교 사찰의 사회적 활동은 일회성 자선을 넘어서고 있다. 생명과 고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ESG의 사회(S) 항목이 요구하는 책무와 일맥상통한다.

    ◆ 지배구조(Governance) – "정법안거", 신뢰는 투명함에서 시작된다

    '정법안거'는 승려들이 여름 동안 한곳에 머물며 수행에 전념하는 전통이다.

    이 말에는 바른 가르침과 정직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사찰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는 2023년 '사찰 재정 공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종단은 예산과 기금 사용 내역을 신도에게 공개하게 됐다.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단순한 회계처리가 아니다.

    종교의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특히 송광사는 불사금 모금 내역과 사용처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조작이 어렵고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뢰 확보에 효과적이다.

    그 결과, 송광사의 2024년 불사 모금액은 전년보다 200% 증가했다. 신도들은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투명한 지배구조는 신도와 사찰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고, 불교의 현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과거불이시 부처님, 현재불이시 부처님, 미래불이시 부처님."

    부처는 특정 시점의 존재가 아니라, 늘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깨달음이다. 팔만대장경을 600년 넘게 지켜온 조상의 지혜는, 그 자체로 지속가능성의 상징이다.

    사찰은 이제 문화재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과 함께 살아가며, 투명한 운영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이는 정책의 영역을 넘어, 중생 구제를 향한 불교의 현대적 발걸음이다.

    한 점 등불에 담긴 작은 서원이 오늘을 비춘다.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사찰이 다시 '지혜의 숲'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http://www.kows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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