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식개선신문=김영빈)
'전시회의 주제'
난 가끔 대답하기 곤란한, 다시 생각해 봐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한국장애인전업미술가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지금이나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전시 기획을 하거나 전시회를 위한 기금 신청을 위한 인터뷰 때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전시회를 위한 주제가 있냐는 질문이다. 비장애인 생각에는 장애 예술인들이 모여있는 단체이니 그들의 전시회에는 어떤 주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학생 시절 미술대회에는 흔히 주제를 주고 그 주제에 맞는 그림을 그리도록 했었다. 그 주제는 추상적인 주제가 아니었고, 사실적인 주제가 많았다. 예를 들면 소풍, 동물원, 체육대회 등이었고 포스터를 위한 주제는 불조심, 물자 절약 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이 아니고 환갑이 넘은 회원들이 많은 협회 전시회에 무슨 주제가 있겠는가? 만약 주제를 그들에게 제시한 들 오랜 세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제작을 해 온 작가들이 그 주제에 충실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특별한 주제를 언급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예술의 혼을 불어넣은 작품’ 등을 기대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장애인 단체라고 모두 비슷한 장애인이 활동하고 있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이다. 장애인 각자의 위치에서 본다면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이 자명하다. 장애의 종류나 심한 정도는 두 번째 문제이다. 가장 그들의 마음에 크게 남아있는 장애에 관한 큰 차이는 바로 그들에게 장애가 발생한 시기이다. 아주 어릴 때, 혹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성인이 되어 장애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 두 종류의 장애인들은 장애를 입은 후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므로 그들이 생각하는 장애의 개념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우선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은 장애인을 생각해 보자. 그들 대부분은 장애인에게는 관심도 없었을 것이고 장애의 불편함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장애를 입게 되었으니 그 충격과 절망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을까. 분노와 절망이 밀려오고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죽음까지 생각해 볼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겪었을 것이다. 그 모진 고통의 세월을 이겨낸 후 재활로 시작했든 취미로 시작했든 소위 장애의 아픔을 극복하고, 예술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이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된 후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여 장애 예술인이 되었다고 하자. 그들은 그들이 겪은 장애의 고통과 장애 이전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표현할 능력이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서 그런 내용을 주제로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중도 장애인이라고 해도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천적이나 아주 어렸을 때 장애를 입은 장애인은 어떤가? 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세 살 때 그 당시에 전염병으로 유행되었던 소아마비를 앓아 그 후유증으로 양쪽 다리가 마비되어 클러치를 짚고 겨우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이 되었다. 내가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기억은 내가 너무 어려서인지 몰라도 나지 않는다. 부모님이 나를 데리고 여러 병원으로 다녔고,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았던 기억은 있다. 특히 나를 새우처럼 몸을 구부려 놓고 척수액을 큰 주삿바늘로 뽑을 때 울며 고통스러움을 느꼈던 것은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부모님과 친척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나 자신은 너무 어렸고 걸음마 같은 정상적인 삶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내 육체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방바닥에 앉아 손으로 방바닥을 밀며 몸을 움직이고 다녔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서서 걷고 난 앉아서 움직이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내가 장애 때문에 특별히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생활했던 것 같다. 아마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자란 것 같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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