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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칼럼]저상버스 44.4% 시대의 불편한 진실 — 장애인에게 "자유로운 외출"은 없다

    글 ㅣ 최봉혁ESG칼럼니스트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저상버스 44.4% 시대의 불편한 진실 — 장애인에게 "자유로운 외출"은 없다

    "웬만하면 안 타려고 해요."

     
    20년간 휠체어를 이용해온 한 특수학교 교사의 말이다. 계단 없는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서는 장면을 보며 많은 시민은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가 해결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정부 보도자료도 매년 도입률 상승 그래프를 제시하며 성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숫자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숨어 있다. 저상버스가 있어도 타지 못하고, 장애인콜택시가 있어도 3~4일 전에 예약해야 하며, "자유로운 외출"이 아니라 "기획된 외출"만이 겨우 허락되는 구조적 장벽이다.
     
    통계가 말하는 현실 — 44.4%의 허상
    국토교통부가 2025년 11월 발표한 '2024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보급률은 44.4%다. 전년(39.9%) 대비 5.5%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전체 시내버스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71%)과 세종(58.3%)만이 50%를 넘겼을 뿐, 울산(18.7%), 제주(22.5%), 인천(24.4%), 전남(24.9%), 충남(27%) 등은 4대 중 1대꼴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기도는 시내버스 저상화율 자체도 저조하지만, 31개 시군을 넘나드는 광역·시외버스 3,000여 대 중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은 사실상 전무하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교통약자 수는 총인구(5,122만 명)의 31.5%인 1,613만 명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만 53만 명이 늘었고, 등록장애인 263만 1천 명 중 65세 이상 비율은 55.3%에 달한다. 교통약자 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운 외출"은 없다 — 기획된 외출의 민낯
    보건복지부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등록장애인의 12.1%는 월 3회 이하 외출에 그친다. '전혀 외출하지 않음' 비율도 3.5%로, 약 9만 2천 명의 장애인이 집 안에 사실상 갇혀 산다.
     
    왜 "자유로운 외출"이 불가능한가?
     
    ▶ 저상버스의 예측 불가능성. 부산지역 실태조사(2023년)에 의하면 저상버스 배차 간격은 평균 31분이며, 노선에 따라 최대 90분까지 벌어진다. 한 대를 놓치면 다음 저상버스까지 30~90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시가 도입한 '저상시내버스 예약시스템'은 이용자가 운수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탑승 희망 버스를 미리 알리는 구조다. 카카오맵에서 저상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특정 시간과 정류소를 지정하여 운수회사 연락처로 전화까지 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이것은 "대중교통"이 아니라 "예약 교통"이다.
     
    ▶ 물리적 인프라의 불일치. 경기도 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가 저상버스 정차 정류장 7,007곳을 조사한 결과, 교통약자 편의 적합도 100%인 지점은 단 15개소(0.2%)에 불과했다. 저상버스 리프트의 안전 작동 높이(18~22cm)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보도·차도 높이차(15cm 이하) 기준이 서로 모순되어, 리프트가 보도에 닿지 못하거나 허공에 뜨는 일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수원의 중증장애인 이영아(52) 씨는 한 번의 탑승을 위해 저상버스 4대를 보내고 30분을 기다린 뒤, 5번째 버스에 겨우 올랐다.
     
    ▶ 장애인콜택시의 구조적 한계.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161개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하여 분석한 결과, 장애인콜택시 한 대당 운전원 수는 전국 평균 약 1명 수준이다. 24시간 3교대를 감안하면, 가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도 전체 차량의 3분의 1 이상이 차고지에 세워져 있다. 시간대별 최대 대기시간은 평균 48.5분, 전남(67분), 경북(64분), 경남(62분) 순으로 높으며 광주에서는 최대 300분(5시간) 대기 사례도 보고되었다.
     
    "긴급 대응"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이라면 급한 병원 방문, 갑작스러운 업무 출장, 늦은 귀가에도 지하철·택시·버스를 즉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즉시콜"은 사치다.
     
    충북의 경우 장애인콜택시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지역은 청주시, 충주시, 옥천군 단 세 곳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오전 7시~오후 7시 사이에만 운행되며, 주말·공휴일에는 운행 자체가 중단되는 곳도 있다. 충주시에 사는 장애인이 보은군을 방문했다가 오후 7시를 넘기면 귀가할 교통수단이 사라진다. 타 지역 거주자의 콜택시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 때문이다.
     
    충북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연희 실장은 "예약제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경우 예약부터 차량 탑승까지 평균 3~4일의 시간이 걸린다"며 "현실이 이런데 '분 단위의 대기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통계 수치가 오히려 장애인이 체감하는 이동권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조차 장애인콜택시 평균 대기시간이 30분에 육박하며,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이 빈번하다. 한 이용자는 "하루 한 달로 계산하면 60시간 이상을 하염없이 콜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응급상황이나 긴급한 일에 장애인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승차거부 14.9%, 리프트 고장, 기사 미숙 — 시스템이 만드는 배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천시 저상버스 148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4.9%(22대)에서 휠체어 장애인에 대한 명시적 승차 거부 또는 탑승 미지원이 확인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산시에서 발생한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저상버스 승차거부 사례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2024년)했다.
     
    부산 실태조사에서도 휠체어 탑승자를 발견하고 자발적으로 리프트를 조작한 기사는 13대 중 단 1명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는 리프트 조작법에 미숙했고, 일부는 조작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승객 중에는 "장애인 전용 택시를 타야지, 왜 버스를 타느냐"며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학술 연구(한국장애인재활학회지, 2024)에 따르면 저상버스 탑승 시도 중 19.6%는 탑승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그 원인은 리프트 고장, 정류장 연석 부적합, 차내 휠체어 공간의 짐·유모차 점거, 기사의 무응답 등으로 분석되었다.
     
    사회 인프라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현재의 저상버스 정책은 '차량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량이 아무리 바뀌어도 정류장 연석 높이가 맞지 않고, 기사 교육이 부실하고, 실시간 위치정보와 배차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 실시간 통합 이동정보 플랫폼의 전국 확대. 서울시가 출시한 '서울동행맵' 등 교통약자용 MaaS(Mobility as a Service) 플랫폼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저상버스의 실시간 위치·리프트 작동 상태·다음 배차까지의 정확한 대기시간을 모바일로 즉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은 "예약 → 전화 → 대기 → 기도"의 구조이며, 이는 비장애인이 카카오맵에서 버스 도착 2분 전 알림을 받는 현실과 완전히 다른 세계다.
     
    ▶ 정류장 인프라의 전수 개선. 7,007곳 중 적합 비율 0.2%라는 수치는, 저상버스 도입에 투입된 수천억 원의 예산이 정류장이라는 '라스트 마일'에서 무력화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보도·차도 높이차 기준과 리프트 안전 작동 높이 기준의 법령 모순을 해소하고, 전국 정류장에 대한 단계적 개선 로드맵이 필요하다.
     
    ▶ 장애인콜택시 운영비의 국비 의무 지원과 운전원 증원. 차량 한 대당 운전원을 현행 1명에서 최소 2명 이상으로 확충해야 실질적인 24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전장연은 차 한 대당 최소 1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현재 국토부 예산안에는 1,900만 원만 책정되어 있다. 이 격차(1,900만 원 vs. 1억 원)가 곧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동 자유도 격차를 숫자로 보여준다.
     
    ▶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전국 설치. 현재 충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없는 지역이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운영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시군 경계를 넘는 순간 이동권이 단절되는 현실을 해소하려면, 광역 차원의 통합 운영 체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이동권은 "다정한 복지"가 아니라 "기본적 인권"이다
    저상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멈출 때, 그것이 진정한 이동권 보장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당장, 예고 없이, 아무 버스나 타고 목적지에 갈 수 있는가?"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 질문에 대해, 현재 한국의 휠체어 이용 장애인 대다수는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맵에서 저상버스 시간을 검색하고, 운수회사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고, 특정 정류소에서 특정 시각에 맞춰 대기하고, 리프트가 작동하기를 기도하며, 주변 승객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이 복잡한 절차는 "대중교통 이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작전 수립"에 가깝다. 갑작스러운 병원 방문, 긴급한 업무, 친구와의 즉흥적인 만남 — 이 모든 일상적 이동이 장애인에게는 불가능하거나 수 시간의 계획을 요구한다.
     
    정부의 저상버스 도입 정책은 분명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44.4%라는 보급률을 자축하기 전에, 그 44.4%조차 제대로 탈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차량을 바꾸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정류장을 바꾸고, 법령의 모순을 바로잡고, 실시간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콜택시 운전원을 늘리고, 광역 연계 체계를 세우는 것까지가 하나의 완결된 이동권 보장이다.
     
    1,613만 명의 교통약자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동권은 시혜적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기획된 외출"에서 "자유로운 외출"로, "예약된 이동"에서 "즉시적 이동"으로 —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진짜 사회 인프라의 과제다.

    📊 빅데이터 팩트시트

    지표수치출처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 (2024) 44.4% 국토교통부 실태조사
    50% 초과 지역 서울(71%), 세종(58.3%) 2곳뿐
    최저 보급률 울산 18.7%, 제주 22.5%
    전국 교통약자 수 (2024) 1,613만 명 (인구의 31.5%)
    저상버스 배차 간격 (부산) 평균 31분 · 최대 90분 시민추진단 조사 '23
    휠체어 탑승→출발 소요시간 평균 3분 30초
    정류장 적합도 100% 지점 7,007곳 중 15곳 (0.2%) 경기도 기술지원센터
    콜택시 최대 대기시간 (전국 평균) 48.5분 이동권연대 '22
    콜택시 최대 대기 (광주) 300분 (5시간)
    충북 예약제 콜택시 소요기간 3~4일 충북직지센터
    인천 승차거부·미지원 비율 14.9%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탑승 시도 중 불가 비율 19.6% 재활학회지 '24
    월 3회 이하 외출 장애인 12.1% 복지부 실태조사 '23
    등록장애인 (2024) 263.1만 명 보건복지부
    65세 이상 장애인 비율 55.3%
    콜택시 1대당 운전원 수 약 1명 이동권연대
    콜택시 국토부 예산 (대당) 1,900만 원 국토부 예산안
    장애계 요구 운영비 (대당) 최소 1억 원 전장연

    "비장애인은 10분, 장애인은 1시간 30분 이상" — 이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저상버스 도입률 그래프의 상승은 정책의 성공이 아니라 미완의 약속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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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인식개선신문≫ [ESG칼럼]저상버스 44.4% 시대의 불편한 진실 — 장애인에게 ˝자유로운

    ESG칼럼저상버스 44-4% 시대의 불편한 진실 — 장애인에게 자유로운 외출은 없다(AI이미지)     ©장애인인식개선신문글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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