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의 침묵, 화폭의 외침으로 승화하다"…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대상' 허진 교수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최봉혁 칼럼니스트) 전남대학교 허진 교수가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남농 허건의 손자이자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그는, 이번 수상을 통해 화려한 예술가적 이면 뒤에 감춰져 있던 '장애예술인'으로서의 치열했던 삶과 철학을 세상에 드러냈다. 장애인인식개선신문은 허진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예술 세계와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침묵 속에서 피어난 시각의 언어
허진 교수는 두 살 무렵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험난했고, 지금도 정교한 발음을 구사하는 것은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운 나쁘게 장애를 안고 있구나"라고 비관하는 대신, "나는 그냥 나"라는 낙천적인 태도로 삶을 마주했다
그에게 미술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창구였다. 청각이 닫힌 대신 시각적 능력을 극대화해 화폭에 쏟아부었고, 1988년 첫 작품 발표 이후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상과의 '불완전한 소통'을 예술이라는 '완전한 소통'으로 승화시켰다. 허 교수는 "미술 작업으로 여러 상을 받았지만, 장애인이라는 점에 특화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여운이 깊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사모곡
이번 수상 소감에서 그는 2021년 작고한 아내를 언급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아내는 더 좋은 혼처를 마다하고 장애가 있는 저와 결혼해 27년을 함께했다"며 "하늘에 있는 아내의 보이지 않는 힘 덕분에 지난 4년을 버티고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예술적 성취 뒤에는 편견 없이 그를 지지해 준 아내와 처가 식구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다
전통을 넘어 현대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열다
남농 허건 선생의 손자라는 배경은 그에게 자부심이자 넘어서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그러나 허 교수는 전통 한국화의 불문율인 '여백'을 거부하고, 화면을 이미지로 꽉 채우는 파격적인 시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는 "내면에는 소치와 남농으로 이어지는 동양적 세계가, 머리에는 현대 교육으로 다져진 글로벌 체계가 공존한다"고 설명한다. 초기작 <묵시>에서 보여준 역사의 혼융과 폭발은 최근 '유목동물' 시리즈로 이어지며 인간과 문명,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살을 떨리게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35년 가까이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해 온 그는 제자들에게 재주보다 '투지'를 강조한다. 예술은 결핍에서 시작되며, 고난을 이겨내려는 열망이 창작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작품이 관람객의 심금을 울리는 '기운생동(氣運生動)'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허 교수는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작품의 기운으로 관람객의 살을 떨리게 하는 작가, 없는 길을 열어준 선생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예술적 기제로 승화시킨 허진 교수. 그의 붓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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