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칼럼]글로벌 ESG 표준, GRI vs SASB 개념과 차이

[ESG경영칼럼]글로벌 ESG 표준, GRI vs SASB 개념과 차이

[ESG경영칼럼]글로벌 ESG 표준, GRI vs SASB 개념과 차이

최봉혁칼럼니스트 

ESG 시대, 기준 없는 보고는 신뢰 없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ESG(환경·사회·거버넌스)는 글로벌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A사는 친환경적이다"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면? ESG는 공허한 슬로건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이런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다. 이 두 표준은 ESG 정보의 측정과 공개 방식을 규정함으로써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각각의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 GRI: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공익의 눈'

탄생 배경과 철학

1997년 설립된 GR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측정하자"는 목표 아래 출발했다. NGO, 학계, 기업이 협력해 개발한 이 표준은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분야를 아우르며,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영향력을 공정하게 보여주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출처: GRI 공식 보고서, 2023).

핵심 특징

범용성: 제조업부터 금융업까지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한 36개의 일반 표준 제공.

이슈 포괄성: △탄소 배출량 △공급망 인권 △부패 방지 등 200개 이상의 세부 지표를 제시.

보고 유연성: 조직의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Core(기본) 또는 Comprehensive(심화) 등급 선택.

사례: 유니레버는 GRI 기준에 따라 매년 3,000개 이상의 공급업체 노동 조건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 데이터는 소비자 단체의 감시 기준으로 활용된다.

■​​​​​​​ SASB: 투자자를 위한 ‘재무의 렌즈’

탄생 배경과 철학

2011년 미국에서 출범한 SASB는 "ESG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보여주자"는 투자자들의 요구에서 태어났다. 2022년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통합되며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은 이 표준은 "주주가 원하는 핵심 데이터만 간결하게"를 모토로 한다(출처: SASB 표준 핸드북, 2023).

핵심 특징

산업 특화: 반도체·석유화학·헬스케어 등 77개 산업별로 재무적 중요성이 높은 5~20개 지표 선정.

재무 연계성: △에너지 효율(제조업) △데이터 보안(IT) △임상 시험 윤리(제약) 등 산업별 고유 리스크 집중.

간결성: 1페이지 분량의 핵심 지표 요약표 제공으로 기업 보고 부담 최소화.

사례: 테슬라는 SASB 기준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률과 자율주행차 사이버 보안 대응 현황을 중점 보고하며,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기술 리스크를 예측한다.

■​​​​​​​ GRI vs SASB: 충돌하는가, 공존하는가?

보고 목적의 근본적 차이

GRI: "우리는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사회적 책임 수행도 측정.

SASB: "이 ESG 요소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재무적 리스크 관리.

적용 분야 대조

구분GRISASB

대상모든 이해관계자(소비자, 지역사회 등)투자자·주주

보고 초점기업 활동의 외부 영향(External Impact)ESG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내부 영향(Internal Impact)

데이터정성적·정량적 정보 혼용정량적·재무 연계 데이터 우선

상호보완의 현실… 이중 보고(Dual Reporting) 전략

글로벌 기업들은 두 표준을 동시에 적용해 GRI로 사회적 신뢰를, SASB로 투자자 설득을 꾀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GRI를 통해 공급망 탄소 중립화 계획을 공개하는 동시에 SASB 기준으로 제품 수명 주기 분석(재무적 효율성)을 강조한다.

■ 표준 경쟁의 미래…  단일화 가능성은 있는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2023년 6월 SASB를 기반으로 새로운 글로벌 표준 초안을 발표하면서 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GRI는 여전히 158개국 1만 5천여 기업에서 사용되며 독자적 입지를 유지 중이다(출처: GRI 연례 보고서, 2023). 전문가들은 "GRI의 포괄성과 SASB의 재무 집중성이 공존해야 ESG 생태계가 건강해진다"고 지적한다(출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23).

■ 표준은 도구다, 본질은 실행이다

GRI와 SASB 중 어떤 표준이 우월한지 묻는 것은 "망치가 좋은가, 드라이버가 좋은가"를 따지는 것과 같다. 기업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 확산을 원한다면 GRI, 자본 유치를 우선시한다면 SASB가 답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표준 준수가 아닌, ESG가 창출하는 실질적 가치다. 보고서 한 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표준은 그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https://www.esgre100.com/news/articleView.html?idxno=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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