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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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화설, 경상 ․ 전라 양도 지경에서 사는 사람이 있으니, 놀부는 형이요 흥부는 아우라. 놀부 심사 무거(無據)하여 부모 생전 분재 전답을 홀로 차지하고, 흥부같은 어진 동생을 구박하여 건넛산 언덕 밑에 내떨고 나가며 조롱하고 들어가며 비양하니 어찌 아니 무지하리.
놀부 심사를 볼작시면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 데 부채질하기, 해산한 데 개 잡기, 장에가면 억매(抑賣) 흥정하기, 집에서 몹쓸 노릇하기, 우는 아해 볼기 치기, 갓난 아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 치기, 빚값에 계집 빼앗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해 밴 계집 배 차기,우물 밑에 똥 누기, 오려 논에 물 터놓기, 잦힌 밥에 돌 퍼붓기, 패는 곡식 이삭 자르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호박에 말뚝 박기, 곱사장이 엎어 놓고 발꿈치로 탕탕치기, 심사가 모과나무의 아들이라. 이놈의 심술은 이러하되, 집은 부자라 호의호식하는구나. 흥부는 집도없이 집을 지으려고 집 재목을 내려갈 양이면 만첩청산 들어가서 소부등(小不等) 대부등(大不等)을 와드렁 퉁탕 베어다가 안방 ․대청 ․ 행랑 ․ 몸채 ․ 내외 분합(分閤)물림퇴에 살미살창 가로닫이 입구자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이놈은 집재목을 내려하고 수수밭 틈으로 들어가서 수수깡 한 단을 베어다가 안방 ․ 대청 ․ 행랑 ․ 몸채 두루 짚어 말집을 꽉 짓고 돌아
보니, 수숫대 반 단이 그저 남았구나.
방안이 넓든지 말든지 양주(兩主) 드리누워 기지개켜면 발은 마당으로 가고, 대고리는 뒤곁으로 맹자 아래 대문하고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나가니, 동리 사람이 출입하다가 이 엉덩이 불러들이소 하는 소리, 흥부 듣고 깜짝 놀라 대성통곡 우는 소리,
\"애고답답 설운지고.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대광보국숭록대부 삼태육경(大匡輔國崇祿大夫 三台六卿)되어 나서 고대광실 좋은 집에 부귀공명 누리면서 호의호식 지내는고. 내 팔자무슨 일로 말만한 오막집에 성소광어공정(星疎光於空庭)하니 지붕 아래 별이 뵈고, 청천한운세우시(靑天寒雲細雨時)에 우대랑이 방중이라. 문 밖에 가랑비 오면 방 안에 큰 비 오고폐석초갈(폐석초갈) 찬 방 안에 헌 자리 벼룩 빈대 등이 피를 빨아먹고, 앞문에는 살만 남고 뒷벽에는 외(외 흙벽을 만들때 댓가지나 싸리로 얽어 세워 흙을 받는 벽체)만 남아 동지섣달 한풍이 살 쏘듯 들어오고 어린 자식 젖 달라 하고 자란 자식 밥 달라니 차마 설워못살겠네.\"
가난한 중 웬 자식은 풀마다 낳아서 한 서른남은 되니, 입힐 길이 전혀 없어 한방에 몰아넣고 멍석으로 쓰이고 대강이만 내어놓으니, 한 녀석이 똥이 마려우면 뭇녀석이 시배(侍陪)로 따라간다. 그 중에 값진 것을 다 찾는구나. 한 녀석이 나오면서
\"애고 어머니, 우리 열구자탕(悅口子湯)에 국수 말아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나앉으며, \"애고 어머니, 우리 벙거지를 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내달으며, \"애고 어머니, 우리 개장국에 흰밥 조금 먹으면.\"
또 한 녀석이 나오며, \"애고 어머니, 대추찰떡 먹으면.\"
\"애고 이녀석들아, 호박국도 못 얻어 먹는데 보채지나 말려무나.\"
또 한 녀석이 나오며, \"애고 어머니, 우에 올부터 불두덩이 가려우니 날 장가 들여 주오.\"
이렇듯 보챈들 무엇 먹여 살려낼꼬. 집안에 먹을 것이 있든지 없든지 소반이 네 발로 하늘께 축수하고, 솥이 목을 매어 달렸고 조리가 턱걸이를 하고, 밥을 지어 먹으려면 책력을보아 갑자일이면 한 때씩 먹고, 새앙쥐가 쌀알을 얻으려고 밤낮 보름을 다니다가 다리에 가래톳이 서서 파종(破腫)하고 앓는 소리, 동리 사람이 잠을 못 자니 어찌 아니 서러울손가.
\"아가아가 우지 마라. 아무것도 젖 달란들 무엇 먹고 젖이나며, 아무리 밥 달란들 어디서 밥이 나랴.\"
달래올 제 흥부 마음 인후하여 청산유수와 곤륜옥결(崑崙玉潔)이라. 성덕을 본받고 악인을 저어하며 물욕에 탐이 없고 주색에 무심하니, 마음이 이러하매 부귀를 바랄소냐.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애고 여봅소, 부질없는 청렴 맙소. 안자(顔子) 단표(簞瓢) 주린 염치 삼십 조사(早死)하였고, 백이숙제(白夷淑濟) 주린 염치 청루 소녀 웃었으니, 부질없는 청렴 말고 저 자식들 굶겨 죽이겠으니, 아주버니네 집에 가서 쌀이 되나 벼가 되나 얻어 옵소.\"
흥부가 하는 말이,
\"낯을 쇠우에 슬훈고. 형님이 음식 끝을 보면 사촌을 몰라보고 똥싸도록 치옵나니, 그 매를 뉘 아들놈이 맞는 단 말이요.\"
\"애고 동량은 못 준들 쪽박조차 깨칠손가. 맞으나 아니 쏘아나 본다고 건너가 봅소.\"
흥부 이 말을 듣고 형의 집에 건너갈 제, 치장을 볼작시면 편자 없는 헌 망건에 박쪼가리 관자 달고, 물렛줄로 당끈 달아 대고리 터지게 동이고, 깃만 남은 중치막 동강 이은 헌술띠를 흉복통에 눌로 띠고, 떨어진 헌 고의(袴依)에 청올치로 대님 매고, 헌 짚신 감발하고 세 살부채 손에 쥐고, 서홉들이 오망자루 꽁무늬에 비슥 차고, 바람 맞은 병인같이 잘 쓰는 쇄소(灑掃)같이 어슥비슥 건너달고 형의 집에 들어가서 전후좌우 바라보니, 앞노적, 뒷노적, 멍에노적 담불담불 쌓았으니, 흥부 마음 즐거우나 놀부심사 무거(無據)하여 형제끼리 내외하여 구박이 태심하니, 흥부 하릴 없이 뜰 아래서 문안하니, 놀부가 묻는 말이,
\"네가 뉜고.\"
\"내가 흥부요.\"
\"흥부가 뉘 아들인가.\" \"애고 형님 이것이 웬 말이요. 비나이다, 형님전에 비나이다. 세 끼 굶어 누운 자식 살려낼 길 전혀 없으니 쌀이 되나 벼가 되나 양단간에 주시면 품을 판들 못 갚으며, 일을 한들 공할손가. 부디 옛일을 생각하여 사람을 살려 주오.\"
애걸하니 놀부놈의 거동 보소. 성낸 눈을 부릅뜨고 볼을 올려 호령하되.
\"너도 염치없다. 내 말 들어 보아라.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라. 네 복을 누를 주고 나를 이리 보채느뇨. 쌀이 많이 있다 한들 너 주자고 노적 헐며, 벼가 많이 있다고 너 주자고 섬을 헐며, 돈이 많이 있다 한들 괴목궤에 가득든 것을 문을 열며, 가룻되나 주자 한들 북고왕 염소독에 가득 넣은 것을 독을 열며, 의복이나 주자 한들 집안이 고루 벗었거든 너를 어찌주며, 찬밥이나 주자 한들 새끼 낳은 거먹암캐 부엌에 누웠거든 너 주자고 개를 굶기며, 지거미나 주자 한들 구중방(九重房)우리 안에 새끼 낳은 돝(돼지)이 누웠으니 너 주자고 돝을 굶기며, 겻섬이나 주자 한들 큰 농우(소)가 네 필이니 너 주자고 소를 굶기랴. 염치없다.\"
흥부놈아 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뒤꼭지를 꽉 잡으며, 몽둥이를 지끈 꺾어 손재승의 매질하듯 원화상의 법고 치듯 어주 쾅쾅 두드리니, 흥부 울며 이른 말이,\"애고 형님 이것이 웬 일이요. 방약무인 도척(盜척)이도 이에서 성현이요, 무지불측 관숙(無知不測 菅叔)이도 이에서 군자로다. 우리형제 어찌하여 이다지 극악한고.\" 탄식하고 돌아오니, 흥부 아내 거동 보소. 흥부 오기를 기다리며 우는 아기 달래올 제 물레질하며,
\"아가아가 우지마라. 어제 저녁 김동지 집 용정방아 찧어 주고 쌀 한 되 얻어다가 너희들만 끓여 주고 우리 양주 어제 저녁 이때까지 그저 있다. 잉잉잉 너 아버지 저 건너 아주버니 집에 가서 돈이 되나 쌀이 양단간에 얻어 오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너도 먹고 나도 먹자. 우지마라.\"
잉잉잉 아무리 달래어도 악치듯 보채는구나. 흥부 아내 하릴없어 흥부 오기 기다릴 제 의복 치장 볼작시면 깃만 남은 저고리, 다 떨어진 누비바지, 몽땅치마 떨쳐입고 목만 남은 헌 버선에 뒤축 없는 짚신 신고 문 밖에 썩 나서며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다릴 제, 칠년 대한 가문 날에 비 오기 기다리듯, 독수 공방에 낭군 기다리듯, 춘향이 죽게 되어 이도령 기다리듯, 과년한 노처녀 시집 가기 기다리듯, 삼십 넘은 노도령 장가 가기 기다리듯, 장중(場中)에 들어가서 과거하기 기다리듯 세 끼를 굶어 누운 자식 흥부 오기 기다린다.
매맞으러가는 흥부
\"애고애고 설운지고.\"
흥부 울며 건너오니 흥부 아내 내달아 두 손목을 덥석 잡고,
\"우지마오, 어찌하여 울으시오. 형님전에 말하다가 매를 맞고 건너옵사. 출문망(出門望) 허위허위 오는 사람 몇몇이 날 속인고. 어찌하여 이제 옵나.\"
흥부는 어진 사람이라 하는 말,
\"형님이 서울가고 아니 계시기에 그저 왔습네.\"
\"그러하면 저를 어쩌하잔 말고. 짚신이나 삼아 팔아 자식들을 살려 내옵소. 짚이 있읍나 저 건너 장자(長者) 집에 가서 얻어 보옵소.\"
흥부 거동 보소. 장자 집에 가서,
\"장자님 계시오.\"
\"게 누군고.\"
\"흥부요.\"
\"흥부 어찌 왔뇨.\"
\"장자님 편히 계시오니이까.\"
\"자네는 어찌나 지내오.\"
\"지내노라니 오죽하오. 짚 한 단만 주시면 짚신을 삼아 팔아 자식들을 살리겠소.\"
\"그리하소. 불쌍하이.\"
하고, 종을 불러 좋은 짚으로 서너 단 갖다가 주니, 흥부 짚을 가지고 건너와서 짚신을 삼아 한 죽에 서돈 받고 팔아 양식을 팔아 밥을 지어 처자식과 먹은 후에, 이리 하여도 살 길 없어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우리 품이나 팔아 봅세.\"
흥부 아내 품을 팔 제 용정방아 키질하기, 매주가에 술 거르기, 초상집에 제복 짓기, 제사집에 그릇 닦기, 제사(祭祀)집에 떡 만들기, 언손 불고 오좀 치기, 해빙하면 나물 뜯기, 춘모 갈아 보리 좋기, 온갖으로 품을 팔고 흥부는 정이월에 가래질하기, 이삼월에 붙임하기, 일등전답 못논 갈기, 입하 전에 면화 갈기, 이집 저집 이엉 엮기, 더운 날에 보리 치기, 비 오는 날 멍석 걷기, 원산근산 시초(柴草)베기, 무곡주인(貿穀主人)역인 지기, 각읍(各邑)주인 삯길 가기, 술만 먹고 말짐 싣기, 오푼 받고 마철 박기, 두푼 받고 똥 재치기, 한푼 받고 비 매기, 식전애 마당 쓸기, 저녁에 아해 만들기, 온가지로 다하여도 끼니가 간 데 없네.
이때 본읍 김좌수가 흥부를 불러 하는 말이,
\"돈 삼십냥을 줄 것이니 내 대신으로 감영에 가 매를 맞고 오라.\"
하니, 흥부 생각하되, 삼십냥을 받아 열냥어치 양식 팔고, 닷냥어치 반찬 사고, 닷냥어치 나무 사고 열냥이 남거든 매 맞고 와서 몸조섭을 하리라 하고 감영으로 가려 할 제, 흥부 아내 하는 말이,
\"가지 마오. 부모 혈육을 가지고 매삯이란 말이 우엔 말이요.\"
하고, 아무리 만류하되 종시 듣지 아니하고 감영으로 내려가더니, 아니 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마침 나라에서 사가 내려 죄인을 방송하시니, 흥부 매품도 못 팔고 그저 온다.
흥부아내 내달아 하는 말이,
\"매를 맞고 왔읍나.\"
\"아니 맞고 왔읍네.\"
\"애고 좋쇠. 부모유체로 매품이 무슨일고.\"
흥부 울며 하는 말이,
\"애고애고 설운지고, 매품팔아 여차여차하자 하였더니 이를 어찌하잔 말고.\"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우지마오, 제발 덕분 우지 마오. 봉제사 자손 되어 나서 금화금벌(禁火禁伐) 뉘라 하며, 가모(家母) 되어 나서 낭군을 못살리니 여자 행실 참혹하고, 유자 유녀 못 차리니 어미 도리 없는지라 이를 어찌할꼬. 애고애고 설운지고. 피눈물이 반죽 되던 아황여영의 설움이요, 조작가 지어내던 우마시의 설움이요, 반야산(蟠耶山) 바위 틈에 숙낭자의 설움을 적자 한들 어느 책에 다 적으며, 만경창파 구곡수(九曲水)를 말말이 두량(斗量) 할 양이면 어느 말로 다 되며, 구만리 장천을 자자이 재련들 어느 자로 다 잴꼬. 이런 설움 저런 설움 다 후리쳐 버려두고 이네 나만 죽고지고.\"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가슴을 쾅쾅 두드리니, 흥부 역시 비감하여 이른 말이,
\"우지마오. 안연 같은 성인도 안빈낙도 하였고, 부암에 담 쌓던 부열(溥說)이도 무정(武丁)을 만나 재상이 되었고, 신야에 밭 갈던 이윤(伊尹)이도 은탕(殷湯)을 만나 귀하 되었고, 한신(韓信) 같은 영웅도 초년 곤궁하다가 한나라 원융(元戎)이 되었으니, 어찌 아니 거룩하뇨. 우리도 마음만 옳게 먹고 되는 때를 기다려봅세.\"
박씨물어다준 제비
하여 그달 저달 다 지내고 춘절이 돌아오니, 흥부가 이왕 식자는 있는지라, 수숫대로 지은 집에 입춘을 써 붙이되, 글자를 새겨 붙었구나. 겨울 동자(冬字), 갈 거자(去字), 천지간에 좋을시고. 봄 춘자(春字), 올 래자(來字), 녹음방초 날 비자(飛字), 우는 것은 짐승 수자(數字), 나는 것은 새 조자(鳥字), 연비려천(鳶飛戾天) 소리 개 연자(鳶字), 오색의관 꿩 치자(雉字), 월삼경파화지상에 슬피 우는 두견 견자(鵑字), 쌍거쌍래 제비 연자(燕字), 인간만물 찾을 심자(尋字), 이 집으로 들 입자(入字), 일월도 박식(迫蝕)하고 음양도 소생커든, 하물며 인물이야 성식(聲息)인들 없을소냐. 삼월 삼일 다다르니 소상강 떼기러기 가노라 하직하고 강남서 나온 제비 왔노라 현신할 제, 오대양에 앉았다가 비래비거 넘놀면서 흥부가 보고 반겨라고 좋을 호자(好字) 지저귀니, 흥부가 제비를 보고 경계하는 말이,
\"고대광실 많건마는 수숫대 집에 와서 네 집을 지었다가 오뉴월 장마에 털썩 무너지면 그 아니 낭패오냐.\" 제비 듣지 아니하고 흙을 물어 집을 짓고 알을 안아 깨인 후에 날기 공부 힘쓸 때에, 의외에 구렁이가 들어와서 제비 새끼를 몰수이 먹으니 흥부 깜짝 놀라 하는 말이, \"흉악하다 저 짐승아, 고량(膏梁)도 많건마는 무죄한 저 새끼를 몰식(沒食)하니 악착하다.제비 새끼 대성황제 나 계시고, 불식고량 살아나니 인간에 해가 없고, 옛주인을 찾아오니 제 뜻이 유정하되, 제 새끼를 이제 다 참척(慘慽)을 보니 어찌 아니 불쌍하리. 저 짐승아, 패공의 용천검이 적혈이 비등할 제 백제(百帝)의 영혼인가 신장도 장할시고. 영주광야(永州廣野) 너른 뜰에 숙낭자에 해를 입히던 풍사망의 구렁인가 머리도 흉악하다.\"
이렇듯 경계할 제, 이에 제비 새끼를 하나가 공중에서 뚝 떨어져 재발 틈에 발이 빠져 두 발목이 자끈 부러져 피를 흘리고 발발 떨거늘, 흥부가 보고 펄적 뛰어 달려들어 제비 새끼를 손에 들고 불쌍히 여겨 하는 말이,
\"불쌍하다 이 제비야, 은왕 성탕 은혜 미쳐 금수를 사랑하여 다 길러 내었더니, 이 지경이 되었으매 어찌 아니 가련하리. 여봅소, 아기어미 무슨 당사실 있읍네.\"
\"애고 굶기를 부자의 밥 먹듯 하며 무슨 당사실이 있단 말이요.\"
하고 , 천만 의외 실 한닢 얻어 주거늘, 흥부가 칠산 조기 껍질을 벗겨 제비 다리를 싸고 실로 찬찬 동여 찬 이슬에 얹어두니, 십여 일이 지난 뒤 다리 완구하여 제 곳으로 가려 하고 하직할 제, 흥부가 비감하여 하는 말이, \"먼 길에 잘들 가고 명년 삼월에 다시 보자.\" 하니, 저 제비 거동 보소. 양우(揚羽) 광풍(狂風) 몸을 날려 백운을 냉소하고 주야로 날아 강남을 득달하니, 제비황제 보고 물으되, \"너는 어이 저나니.\"
제비 여쭈오되,
\"소신의 부모가 조선에 나가 흥부의 집에다가 득주(得住)하고 소신 등 형제를 낳았삽더니, 의외 구렁이의 변을 만난 소신의 형제 다 죽고, 소신이 홀로 아니 죽으려 하여 바르작거리다가 뚝 떨어져 두 발목이 자끈 부러져 피를 흘리고 발발 떠온즉, 흥부가 여차여차하여 절각(折脚)이 의구하와 이제 돌아왔사오니 그 은혜를 십분지일이라도 갚기를 바라나이다.\"
제비황제 하교하되,
\"그런 은공을 몰라서는 행세치 못할 금수라. 네 박씨를 갖다 주어 은혜를 갚으라.\"
하니, 제비 사은하고 박씨를 물고 삼월 삼일이 다다르니, 제비 건공에 떠서 여러 날 만에 흥부집에 이르러 넘놀 적에,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에 넘노는 듯, 단산 채봉이 죽실을 물고 오동상에 넘노는 듯, 춘풍 황앵이 나비를 물고 세류변에 넘노는 듯 이리 갸웃 저리 갸웃 넘노는 것 흥부 잠깐 보고 낙락하여 하는 말이, \"여봅소. 거년 가던 제비 무엇을 입에 물고 와서 넘노옵네.\"
이렇듯 말할 제, 제비 박씨를 흥부 앞에 떨어뜨리니, 흥부가 집어 보니 한가운데 보은표(報恩瓢)라 금자로 새겼거늘, 흥부 하는 말이,
\"수안(隨岸)의 배암이 구슬을 물어다가 살린 은혜를 갚았으니, 저도 또한 생각하고 나를 갖다 주니 이것이 또한 보배로다.\"
흥부 아내 묻는 말이,
\"그 가운데 누르스름한 것이 아마 금인가 보외.\"
흥부가 대답하되,
\"금은 이제 없나니, 초한적의 진평(陳平)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쫓으려고 황금 사만근을 흩었으니 금은 이제 절종되었읍네.\"
\"그러하면 옥인가 보외.\"
\"옥도 이제는 없나니, 곤륜산에 불이 붙어 옥석이 구분(俱焚)하였으니 옥도 이제 없읍네.\"
\"그러하면 야광준가 보외.\"
\"야광주도 이제는 없나니, 제위왕(濟魏王)이 위혜왕(衛惠王)의 십이승(十二升) 야광주를 보고 깨어 버렸으니, 야광주도 이제 없듭네.\"
\"그러하면 유리 호박인가 보외.\"
\"유리 호박도 이제는 없나니, 주세종(周世宗)이 탐장(貪臟) 할 제 당나라 장갈(張褐)이가 술잔 만드노라고 다 들였으니, 유리 호박도 이제 없읍네.\"
\"그러하면 쇤가 보외.\"
\"쇠도 없나니, 진시황 위엄으로 구주(九州)의 쇠를 모아 금인(金人) 열 둘을 만들었으니 쇠도 없읍네.\"
\"그러하면 대모 산혼가 보외.\"
\"대모 산호도 없나니, 대모갑(玳瑁甲)은 병풍이요 산호수는 난간이라.광리왕(廣利王)이 상문(桑門)의 수궁 보물을 다 들였으니 이제는 없읍네.\"
\"그러하면 무엇인고.\"
흥부가 내달아 하는 말이,
\"옳다, 이것이 박씨로다.\"
박타는 흥부내외
하고 날을 보아 동편 처마 담장 아래 심어 두었더니, 삼사일에 순이나서 마디마디 잎이요, 줄기줄기 꽃이 피어 박 네 통이 열렸으되, 고마수영 전설같이 대동강상의 당두리같이 덩그렆게 달렸구나. 흥부가 반기 여겨 문자로써 말하되,
\"유월에 화락하니 칠월에 성실이라. 대자(大者)는 여항(如缸)하고 소자는 여분이라. 어찌 아니 좋을소냐. 여봅소 비단이 한 끼라 하니, 한 통을 따서 속 일랑 지져 먹고 바가지는 팔아 쌀을 팔아다가 밥을 지어 먹어 봅세.\"
흥부 아내 하는 말이, \"그 박이 유명하니 한로(寒露)를 아주 마쳐 견실커든 따봅세.\"
그달 저달 다 지나가고 팔구월이 다다라서 아주 견실하였으니, 박 한 통을 따놓고 양주(兩主) 켠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기어 주소 톱질이야. 북창한월(北窓寒月) 성미파(聲未罷)에 동자박(童子朴)도 가야(可也)로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하자손만세평(當下子孫萬世平)에 세간박도 가야로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툭 타 놓으니 오운이 일어나며 청의동자 한 싸이 나오니, 저 동자 거동 보소. 약비봉래환학동(若非奉萊喚鶴童)이면 필시 천대채약동(天臺採藥童)이라. 좌수에 유리반 우수에 대모반을 눈 위에 높이 들어 재배하고 하는 말이,
\"천은병(天銀甁)에 넣은 것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환혼주(還魂酒)요, 백옥병에 넣은 것은 소경 눈을 뜨이는 개안주(開眼酒)요, 금잔지(金盞紙)로 봉한 것은 벙어리 말하게 하는 개언초(開言초)요, 대모 접시에는 불로초요, 유리 접시에는불사약이니, 값으로 의논하면 억만냥이 넘사오니 매매하여 쓰옵소서.\"
하고 간데 없는지라, 흥부 거동 보소. 얼씨고 절씨고 즐겁도다. 세상에 부자 많다 한들 사람 살리는 약이 있을 소냐.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우리 집 약게 배판한 줄 알고 약 사러 올 이 없고, 아직 효험 빠르기는 밥만 못하외.\"
흥부말이, \"그러하면 저 통에 밥이 들었나 타봅세.\"
하고 또 한 통을 탄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우리 가난하기 일읍에 유명하매 주야 설워하더니, 부지허명(不知許名) 고대 천냥 일조에 얻었으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서 타세 톱질이야.\"
툭 타 놓으니 온갖 세간이 들었으되, 자개함롱 ․ 반닫이 ․ 용장 ․ 봉장 ․ 제두주 ․ 쇄금들미삼층장 ․ 게자다리 옷걸이 ․ 쌍룡 그린 빗접고비 ․ 용두머리 장목비 ․ 놋촛대 ․ 광명두리 ․ 요강 ․ 타구 벌여 놓고 선단이불 비단요며 원앙금침 잣벼개를 쌓아 놓고 사랑 기물 볼작시면 용목쾌상 ․ 벼룻집 ․ 화류책장 ․ 각게수리 ․ 용연벼루 ․ 앵무연적 벌여 놓고, 천자 ․ 유합(類合) ․ 동몽선습 ․ 사략 ․ 통감 ․ 논어 ․ 맹자 ․ 시전 ․ 서전 ․ 소학 ․ 대학 등 책을 쌓았고, 그 곁에 안경 ․ 석경(石鏡) ․ 화경 ․ 육칠경 ․ 각색 필묵 퇴침에 늘어 있고, 부엌 기물을 의논컨대 노구새 ․ 옹곱돌솥 ․ 왜솥 ․ 절솥 ․ 통노구 무쇠 ․ 두멍 다리쇠 받쳐 있고, 왜하기(倭火器) ․ 당화기 ․ 동래반상(東來盤床) ․ 안성유기(安城鍮器)등물 찬장에 들어 있고, 함박 ․ 쪽박이 ․ 남박 ․ 항아리 ․ 옹박이 ․ 동체 ․ 깁체 ․ 어럼이 ․ 침채(沈菜)독 ․ 장독 ․ 가마 ․ 승교 등물이 꾸역꾸역 나오니, 어찌 아니 좋을손가. 또 한통을 탄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우리 일을 생각하니 엊그제가 꿈이로다. 부지허명 고대 천냥을 일조에 얻었으니 어찌 아니 즐거우랴. 슬근슬근 톱질이야.\"
툭 타 놓으니 집지위와 오곡이 나온다. 명당에 집터를 닦아 안방 ․ 대청 ․ 행랑 ․ 몸채 ․ 내외분함 물림퇴 ․ 살미살창 가로닫이 입 구자로 지어 놓고, 앞뒤 장원 , 마구 곡간 등 속을 좌우에 벌여 짓고, 양지에 방아 걸고 음지에 우물파고, 울 안에 벌통 놓고 울 밖에 원두 놓고 온갖 곡식 다 들었다. 동편 곡간에 벼 오천석, 서편 곡간에 쌀 오천석, 두태(豆太) 잡곡 오천석, 참깨 들깨 각 삼천석 딴 노적하여 있고, 돈 십만 구천냥 은고 안에 쌓아 두고, 일용전 오백열냥은 벽장 안에 넣어 두고, 온갖 비단 다 들었다. 모단 ․ 대단 ․ 이광단, 궁초 ․ 숙초 ․ 쌍문초, 제갈선생 와룡단, 조자룡의 상사단, 뭉게뭉게 운문대단, 또드락 꿉벅 말굽장단, 대천바다 자개문장단, 해 돋았다 일광단, 달 돋았다 월광단, 요지왕모 천도문, 구십춘광 명주문, 엄동설한 육화문, 대접문 ․ 완자문 ․ 한단 영초단 각색 비단 한 필이 들어 있고, 길주 명천 좋은 베, 회령 종성 고운 베, 온갖베와 한산모시 ․ 장성모시 ․ 계추리 ․ 황저포 등 모든 모시와 고양 화전 이생원의 맏딸이 보름 만이 마쳐 내는 난대 하세목, 송도 야다리목, 강진 내이 황주목, 의성목 한편에 들어 있고, 말매니 같은 사나이 종과 열쇠 같은 아이 종과 앵무 같은 계집종이 나며 들며 사환하고, 우걱부리 ․ 잣박부리 ․ 사족발이 ․ 고리눈이 우억우억 실어들여서 앞뜰에도 노적이요, 뒷뜰에도 노적이요, 안방에도 노적이요 부엌에도 노적이요 담발담발 노적이라, 어찌 아니 좋을 소냐. 흥부 아내 좋아라고, \"여봅소, 이녁이나 내나 옷이 없으니 비단으로 왼 몸을 감아 봅세.\"
덤불 밑에 조그만 박 한 통을 따서 켜려 하니, 흥부 아내 하는 말이,
\"그 박을랑 켜지 맙소.\"
흥부가 대답하되,
\"내복에 태인 것이니 켜겠읍네.\"
하고 손으로 켜내니, 어여쁜 계집이 나오며 흥부에게 절을 하니, 흥부 놀라 묻는 말이,
\"뉘라 하시오.\"
\"내가 비요.\"
\"비라 하니 무슨 비요.\"
\"양귀비요.\"
\"그러하면 어찌하여 왔소.\"
\"강남 황제가 날더러 그대의 첩이 되라 하시기에 왔으니 귀히 보소서.\"
하니 , 흥부는 좋아하되 흥부 아내 내색하여 하는 말이,
\"애고 저 꼴을 뉘가 볼꼬. 내 언제부터 켜지 말자 하였지.\"
하며,
화초장 짊어지고 가는 놀부
이렇듯 호의호식 태평히 지낼 제, 놀부놈이 흥부의 잘산단 말을 듣고 생각하되, 건너가 이놈을 욱대겼으면 반은 나를 주리라 하고 흥부집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문 밖에 서서,
\"이놈 흥부야.\"
흥부 대답하고 나와 놀부의 손을 잡고 하는 말이,
\"형님 이것이 웬일이요. 형제끼리 내외하단 말은 불가사문 어린국(不可使聞 於隣國)이니, 어서 들어가사이다.\"
하니 놀부놈이 떨더리며 하는 말이,
\"네가 요사이 밤이슬을 맞는다 하는 구나.\"
흥부가 어이없이 하는말이,
\"밤이슬이 무엇이요.\"
놀부놈이 대답하되,
\"네 도적질한다는구나.\"
흥부 이른 말이,
\"형님, 이것이 웬말이요.\"
하고 전후 사연을 일일이 설파하니, 놀부 다 듣고 그러하면 들어가 보자 하고 안으로 들이달아 보니, 양귀비 나와 뵈거늘, 놀부 보고 하는 말이
\"웬 부인이냐.\"
흥부 곁에 있다가 대답하되,
\"내 첩이요.\"
\"어따 이놈 네게 웬 첩이 있으리오. 날 다고.\"
화초장을 보고,
\"저것이 무엇이뇨.\"
\"그게 화초장이요.\"
\"날 다고.\"
\"애고 사랑도 아니 뗐소.\"
\"이놈아, 네 것이 내것이요, 내 것이 네것이요, 내 계집이 네 계집이요, 네 계집이 내 계집이라.\"
\"그러하면 종하여 보내오리다.\"
\"이놈 네게 종이 있단 말가. 어서 질빵 걸어 다고. 내지고 가마.\"
\"그러하면 그러하오.\"
질빵 걸어 주니, 놀부 짊어지고 가며 화초장을 생각하며 화초장 화초장 하며 가더니, 개천 건너뛰다가 잊어버리고 생각하되, 간장인가 초장인가 하며 집으로 오니, 놀부아내 묻는 말이,
\"그것이 무엇이온고.\"
\"이것 모르옵나.\"
\"애고 모르니 무엇인지.\"
\"분명 모르옵나.\"
\"저 건너 양반의 집에서 화초장이라 하옵데.\"
\"내 언제부터 화초장이라 하였지.\"
놀부놈 거동 보소. 동자 섣달부터 제비를 기다린다. 그물 막대 둘러메고 제비를 몰러 갈제, 한 곳 바라보니 한즘생이 떠 들어오니 놀부놈이 보고,
\"제비 인제 온다.\"
하고 보니, 태백산 갈가마귀 차돌도 돌고 바이 못 얻어 먹고 주려 청천에 높이 떠 갈곡갈곡 울고 가니, 놀부 눈을 멀겋게 뜨고 보다가 하릴없어 동릿집으로 다니면서 제비를 제 집으로 몰아 들이되 제비가 아니 온다. 그달 저달 다 지내고 삼월 삼일 다다르니, 강남서 나온 제비 옛집을 찾으려 하고 오락가락 넘놀 적에, 놀부 사면에 제비 집을 지어 놓고 제비를 들이모니, 그 중 팔자 사나운 제비 하나가 놀부 집에 흙을 물어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안으려 할 제 놀부놈이 주야로 제비집 앞에 대령하여 가끔가끔 만져 본즉, 알이 다 곯고 다만 하나가 깨였는지라. 날기 공부 힘쓸 제 구렁 배암 아니 오니, 놀부 민망 답답하여 제손으로 제비 새끼 잡아 내려 두 발목을 자끈 부러뜨리고, 제가 깜짝 놀라 이르는 말이,
\"가련하다, 이 제비야.\"
하고 자개 껍질을 얻어 찬찬 동여 뱃놈의 닻줄 감듯 삼층얼레 연줄 감듯 하여 제집에 얹어 두었더니. 십여 일 후 그 제비 구월 구일을 당하여 두날개 펼쳐 강남으로 들어가니, 강남황제 각처 제비를 점고할 제, 이 제비 다리를 절고 들어와 복지한대, 황제 제신으로 하여금 그 연고리를 사실하여 아뢰라 하시니, 제비 아뢰되,
\"상년에 웬 박씨를 내어보내 흥부가 부자 되었다 하여 그 형 놀부놈이 나를 여차여차하여 절뚝발이 되었사오니, 이 원수를 어찌하여 갚고자 하나이다.\"
황제 이말을 들으시고 대경하여 가라사대,
\"이놈 이제 전답 재물이 유여하되 동기를 모르고 오륜에 벗어난 놈을 그저 두지 못할 것이요, 또한 네 원수를 갚아 주리라.\"
하고 박씨 하나를 보수표(報讐瓢)라 금자로 새겨 주니, 제비 받아 가지고 명년 삼월을 기다려 청천을 무릅쓰고 백운을 박차 날개를 부쳐 높이 떠 높은 봉 낮은 뫼를 넘으며, 깊은 바다 너른 시내며, 개골창 잔 돌바위를 훨훨 넘어 놀부집을 바라보고 너훌너훌 넘놀거늘, 놀부놈이 제비를 보고 반겨할 제, 제비 물었던 박씨를 툭 떨어뜨리니, 놀부놈이 집어보고 낙락하여 뒷 담장 처마 밑에 거름 놓고 심었더니, 사오일 후에 순이 나서 덩쿨이 뻗어 마디마디 잎이요, 줄기줄기 꽃이피어 박 십여 통이 열렸으니,
놀부놈이 하는 말이,
\"흥부는 세 통을 가지고 부자가 되었으니 나는 장자 되리로다. 석숭(石崇)을 행랑에 넣고, 예황제를 부러워할 개아들 없다.\"
하고, 굴지계일(屈指計日)하여 팔구월을 기다린다. 때를 당하여 박을 켜랴하고 김지위 이지위 동리 머슴 이웃총각 건너집 쌍언청이를 다 청하여 삯을 주고 박을 켤 제, 째보놈이 한 통의 삯을 정하고 켜자 하니, 놀부 마음에 흐뭇하여 매통에 열냥씩 정하고 박을 켠다.
박타는 놀부
슬근슬근 톱질이야.\"
힘써 켜고 보니 한 떼 가얏고쟁이 나오며 하는 말이,
\"우리 놀부 인심이 좋고 풍류를 좋아한다 하기에 놀고 가옵세.\"
둥덩둥덩 둥덩둥덩하거늘, 놀부가 이를 보고 째보를 원망하는 말이,
\"톱도 잘못 당기고, 네 콧소리에 보화가 변하였는가 싶으니 소리를 일병 하지 말라.\"
하니, 째보 삯받기에 한 말도 못하고 그리하라 하니, 놀부 일변 돈 백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통 타고 보니 무수한 노승이 목탁을 두드리며 나와 하는 말이,
\"우리는 강남황제 원당시주승(願堂施主僧)이라.\"
하니, 놀부놈이 어이없어 돈 오백냥을 주어 보내거늘, 째보 하는 말이,
\"지금도 내 탓이냐.\"
하고 이죽거리니, 놀부 이 형상을 보고 통분하여 성결에 또 한 통을 따오니, 놀부 아내 말리는 말이,
\"제발 덕분에 켜지마오. 그 박을 켜다가는 패가 망신할 것이니 덕분에 마오.\"
놀부놈이 하는 말이,
\"소사(小邪)한 계집년이 무슨 일을 아는 체하여 방정맞게 날 뛰는가.\"
하며 또 켜고 보니, 요령소리 나며 상제 하나가 나오며,
\"어이어이 이보시오 벗님네야, 통자 운을 달아 박을 헤리라. 헌원씨(軒轅氏) 배를 무어 타고 가니 이제 불통코, 대성현(大聖賢) 칠십 제자가 육례를 능통하니 높고 높은 도통이라. 제갈량의 능통지략 천문을 상통지리를 달통하기는 한나라 방통(龐統)이요, 당나라 굴돌통(屈突通) 글강의 순통(純通)이요, 호반(虎斑)의 전통통(箭筒通)이요, 강릉 삼척 꿀벌통, 속이 답답 흉복통, 호란의 입식통(立食桶),도감 포수 화약통, 아기어미 젖통, 다 터진다 놀부의 애통이야, 어서타라. 이놈 놀부야, 네 상전이 죽었으니, 네 안방을 치우고 제물을 차려라.\"
하며 애고애고하거늘, 놀부 하릴없어 돈 오천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통을 타고보니 팔도 무당이 나오며 각색 소리하고 뭉게뭉게 나야오는데,
\"청유레리 황유리라 화장청랑 저계온대부진 각시가 놀으소서. 밤은 다섯 낮은 일곱 유리 여섯 사십 용왕 팔만 황제 놀으소서. 내집 성주는 와가성주요, 네집 성주는 초가성주, 가내 마다 걸망성주. 오막성주. 집동성주가 철철이 놀으소서. 초년 성주 열 일곱, 중년 성주 스물 일곱, 마지막 성주 쉰 일곱, 성주 삼위가 놀으소서.\"
하며, 또 한 무당 소리하되,
\"성황당 뻐꾸기새야, 너는 어이 우짖나니, 속빈 공양남게 새잎 나라 우짖노라. 새잎이 이울어지니 속잎 날까 하노라. 넋이야 넋이로다. 녹양산(綠楊山) 전세만(煎歲晩)일세. 영이별 세상하니 정수(定數) 없는 길이로다. 이화제석. 소함제섯. 제불 제천대신. 몸주벼락대신.\"
이렇듯 소리하며, 또 한 무당 소리하되,
\"바람아 월궁의 달월이로세. 일광의 월광 강신(降神) 마누라,전물(奠物)로 내리소서. 하루도 열두시 한 달 서른날, 일년 열두달 과년 열석달 백사를 도와주시옵는 안광당 국수당 마누라, 개성부 덕물산(德勿山) 최영 장군 마누라, 왕십리 아기씨당 마누라, 고개고개 두좌하옵신 성황당 마누라 전물로 내리사이다.\"
이렇듯 소리하거늘, 놀부 이 형상을 보고 식혜 먹은 고양이 같은지라. 무당들이 장구통으로 놀부의 흉복을 치며 생난장을 치니, 놀부 울며 하는 말이, \"이 어인 곡절인지 죄나 알고 죽어지라.\"
한대,무당들이 하는 말이,
\"다름이 아니라 우리 굿한 값을 내되, 일푼 여축 없이 오천냥만 내라.\"
하거늘, 놀부 하릴없이 오천냥을 준 연후에 성즉성 패즉패(成卽成敗卽敗)라 하고, 또 한통을 따 놓고 째보놈더러 당부하되,
\"전 것은 다 헛것이 되었으니, 다시 시비할 개아들 없으니 어서 톱질 시작하자.\"
하니, 째보 하는 말이,
\"또 중병 나면 뉘게 떼를 써 보려느냐. 우습게 아들소리 말고 유복한 놈 데리고 타라.\"
하거늘, 놀부 하는 말이,
\"이 용렬한 사람아, 내가 맹서를 하여도 이리하나, 만일 다시 군말하거든 내 뺨을 개뺨 치듯 하소.\"
하며, 우선 선셈 열냥을 채우거늘, 째보 그제야 비위 동하여 조랑이를 받아 수세(手洗)하고 박을 탈새, 놀부 반만 타고 귀를 기울여 눈이 나오도록 들여다보니, 박속에 금빛이 비치거늘, 놀부 가장 기뻐 아는 체하고,
\"이애 째보야, 저것 뵈느냐. 이번은 완구한 금독이 나온다. 어서 타고 보자.\"
하며, 슬근슬근 톱질이야 툭 타 놓고 보니, 만여 명 등짐군이 빛 좋은 누른 농을 지고 뀌역뀌역 나오는지라.
놀부 놀라 묻는 말이,
\"그것이 무엇인고.\"
\"경이요\"
\"경이라 하니 면경과 석경이냐 천리경 만리경이냐. 그 무슨 경인고.\"
\"요지경이요. 얼씨고 절씨고 요지연을 둘러 보소. 이선(李仙)의 숙향(淑香), 당명황의 양귀비요 항우의 우미인, 여포의 초선이, 팔선녀를 둘러 보소. 영양공주.난양공주.진채봉.가춘운.심요연.백능파.계섬월.적경홍 다 둘러 보소.\"
하며 집을 떠이니, 놀부 하릴없어 돈 오백냥을 주어 보내고, 또 한 통을 타고 보니 천여 명초라니 일시에 내달아 오도 방정을 떨되, 바람아 바람아 소소리 바람에 불렸는다 동남풍에 불렸는다. 대자 운을 달아 보자. 하걸(夏桀)의 경궁요대(瓊宮瑤臺) 달기(疸己)로 희롱하던 상주(商周)적 녹대(鹿臺) 올라가니, 멀고 먼 봉황대, 보기 좋은 고소대(姑蘇臺), 만새무궁 춘당대(春塘臺),금근마병(禁軍馬兵)오마대,한무제 백양대,조조의 동작대(銅雀臺), 천대 ․만대 ․저대 ․이대 온갖 대라. 본대 익은 면대로세.
온갖 잡귀에 당하는 놀부
대대야 일시에 내달으며 달려들어 놀부를 덜미잡이하여 가로 떨어치니, 놀부 거꾸로 떨어져.
\"애고애고 초라니 형님.이것이 어인 일이요. 생사람을 병신 만들지 말고 분부하면 하라는 대로 하리이다.\"
하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거늘,초라니 하는 말이,
\"이놈, 목숨이 귀하냐 돈이 귀하냐. 네 명을 보전하려 거든 돈 오천냥만 내어라\"
놀부 생각하되 일이 도무지 틀렸으매, 앙탈하여 쓸데없다 하고 돈 오천냥을 내어주며,
\"앞통속을 자세히 알거든 일러 달라.\"
하니,초라니 대답하되,
\"우리는 각통이라 자세치 못하거니와, 어느 통인지 분명히 생금독이 들었으니 도모지 타고 보라.\"
하고 흔적없이 가더라. 놀부 이 말을 듣고 허욕이 북받쳐 동산으로 치달아 박 한통을 따다가 켜라 하니,째보 가장 위로하는 체하고 하는 말이,
\"이 사람아,그만켜소. 다 그러할까 하네. 돈을 들이고 자네 매 맞는 양을 보니 ,내가 아니 타겠네. 그만 쉬어 사오일 후에 또 타 보세.\"
하니, 놀부 하는 말이,
\"아무렴 오죽할까, 아직도 돈냥이 있으니 또 그럴 양으로 마저 타고 보자\"
하고 타려 할 제 째보가 하는 말이,
\"자네 마음이 그러하니 굳이 말리지 못하거니와, 이번 박 타는 삯도 먼저 내어 오소.\"
하니, 놀부 또 열냥을 선급하고 한참을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 사람이 숙덕거리는 소리 나거늘 놀부 이 소리를 듣고 가슴이 끔찍하여 미어지는 듯 숨이 차 헐떡헐떡이다가 한마디 소리 지르고 자빠지거늘, 째보 하는 말이,
\"그 무엇을 보고 이다지 놀라는가.\"
놀부 하는 말이,
\"자내는 귀가 먹었는가, 이 소리를 못 듣는가.또 자박 이만한 일이 벌어졌네. 이 박은 그만둘밖에 하릴없네.\"
하니, 박 속에서 호령하는 말이,
\"이놈 놀부야,그만둔단 말이 무슨 말인고. 바삐 타라.\"
하거늘, 놀부 하릴없어 마저 타니, 양반 천여 명이 말콩망태를 쓰고 우그럭 벙거지 쓴 놈을 데리고 나오면서 각각 풍월을 하되,서남협구(西南峽口) 무산벽(巫山璧)하니 대강이 번안신예연을 추강(秋江)이 적막어룡냉(寂寞漁龍冷)을 하니 인재서풍증선루(人在風仲宣樓)라. 혹 대학도 읽으며,혹 맹자도 읽으며 이렇듯 집을 뒤지는지라.놀부 이 형상을 보고 빼려하니, 양반이 호령하되,
\"하인 없느냐, 저놈이 그치려 하니 바삐 움쳐라.\"
하니,여러 하인이 달려들어 열 손가락을 벌려다가 팔매뺨을 눈에 불이 번쩍 나도록 치며,덜미잡고 오줌이 진상하여 깔리거늘, 양반이 분부하되,
\"네 그놈의 대고리를 빼어 밑구멍에 박으라. 네 달아나면 면할까 바랍갑이라 하늘로 오르며, 두더지라 땅으로 들까. 상전을 모르고 거만하니, 저런 놈은 사매로 쳐 죽이리라.\"
놀부 비는 말이,
\"과연 몰랐사오니 생원님 덕분에 살려지이다.\"
양반이 하인을 불러 농을 열고 문서를 주섬주섬 내어 놓고 하는 말이,
\"네 이 문서를 보라. 삼대가 우리 종이로다.오늘이야 너를 찾았으니, 내 속량(贖良)을 하든지 연년이 공을 하든지 작정하고 그렇지 아니하거든 너를 잡아다가 부리리라.\"
놀부 여쭈오되,
\"소인이 과연 잔속을 몰랐사오니,속량을 할진대 얼마나 하리이까.\"
양반이 하는 말이,
\"어찌 과히 하랴. 오천냥만 바치고 문서를 찾아가라.\"
하거늘, 놀부 즉시 고문을 열고 오천냥을 내어 주니라. 이때 놀부 계집이 이말을 듣고 땅을 두드리며 울고 하는 말이,
\"애고애고 원수의 박일네. 난데없는 상전이라고 곡절없는 속량은 무슨 일고. 이만냥돈을 이름 없이 줄 수 없으니 나의 못할 노릇 그만하오.\"
놀부하는 말이,
\"에라 이년 물렀거라. 또 일이 틀리겠다. 이번 돈 들인 것은 아깝지 아니하다. 상전을 두고 서야 살 수 있느냐. 궁용한 판에 아는 듯 모르는 듯 잘 되어 버렸다.\"
하며, 또 동산에 올라가서 살펴보니, 수 통 박이 아직도 무수한지라. 한 통을, 따다 놓고 타 려 할 새, 째보 하는 말이,
\"이번은 선셈을 아니 하려나, 일은 일대로 할 것이니 삯을 내어 오소.\"
하니, 놀부 이놈의 의수의 들어 돈 열냥을 주며 하는말이,
\"자네도 보거니와 공연히 매만 맞고 생돈을 들이니 그 아니 원통한가, 이번부터는 두 통에 열냥씩 정하세.\"
하니, 째보 허락하고 박을 반만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 소고 치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놀부 하는 말이,
\"째보야,이를 또 어찌하잔 말고.\"
째보하는 말이,
\"이왕 시작한 것이니 어서 타고 구경하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툭 타 놓고 보니, 만여 명 사당거사(祠當居士) 뭉게뭉게 나오며 소고를 치며 다각다각 소리한다.
\"오동추야 달 밝은 방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임도 나를 생각는가.\"
흑 방아타령, 흑 정주(定州)타령, 흑 유산가․달거리․등타령, 흑 춘면곡(春眠曲) 권주가등 온갖 가사를 부르며 거사놈은 노방태 평양자, 길짐거사 길을 인도하고, 번개소고 번득이고 긴 염불 짧은 염불하며 나오면서 일변 놀부의 사족을 뜨며 허영 가래를 치니, 놀부 오장이 나올 듯하여 살고지라 애걸하니, 사당거사들이 하는 말이,
\"네 명을 지탱하려 하거든 논 문서와 밭문서를 죄죄 내어오라.\"
하거늘, 놀부 견딜 수 없어 전답 문서를 주어 보내니라.
째보 하는 말이,
\"나도 집에 볼 일 많으니 늦잡죄지 말고 어서 따오소, 종말에 설마 좋은 일이 멊을까.\"
하니, 놀부 또 비위 동하여 박을 따다가 타고보니 만여명 왈자들이 나오되, 누구 누구 나오던고, 이죽이․떠죽이․난죽이․홧죽이․모죽이․바금이․딱정이․거절이․군평이․털평이․태평이․여숙이․무숙이․팥껍이․나돌몽이․쥐어 부딪치기․난장몽둥이․아귀쇠․악착이․모로기․변통이․구변이․광면이․잣박이․믿음이․섭섭이․든든이,우리 몽 술이 아들놈이 휘물아 나와 차례로 앉고, 놀부를 잡아내어 참바로 찬찬 동여 나무에 거꾸로 달고 집장(執杖)질하는 놈으로 팔 갈아가며 심심치 않게 족치며 욀자들이 공론하되,
\"우리 통문없이 이같이 모임이 쉽지 아니한 일이니, 놀부놈은 종차 밭길양으로 실컷 놀다가 헤어짐이 어떠뇨.\"
여러 왈자들이 좋다 하고 좌정한 후, 털평이 대강짱에 앉아 말을 내되,
\"우리 잘하나 못하나 단가(短歌) 하나씩 부딪쳐 보세. 만일 개구(開口) 못하는 친구 있거 든 떡메질하옵세.\"
공론을 돌리고 털평이 비두(鼻頭)로 소리를 내어 부르되,
\"새벽비 일갠 후에 일와세라. 아이들아 뒷뫼에 고사리가 하마 아니 자랐으랴. 오늘은 이찍 꺽어 오너라. 새술 안주하여 보자.\"
또 무숙이 하나하되,
\"공변된 천하 없을 힘으로 어이 얻을 손가. 진궁실 불지름도 오히려 무도하거든, 하물며 의제를 죽이단 말가.\" 또 군평이 뜨더귀 시조를 하되,
\"사랑인들 임마다 하며, 이별인돌 다 설우랴. 임진강 대동수를 황릉묘(黃陵廟)에 두견이 운다. 동자야 네 선생이 오거든 조리박장사 못 얻으리.\"
또 팥껍질이 풍자 운을 단다.
\"만국병전초목풍(萬國兵前草木風), 취적가성낙원풍(吹笛歌聲落遠風), 일지홍도 낙만풍, 제갈량의 동남풍, 어린아이 만경풍(慢驚風),늙은 영감 변두풍(邊頭風),왜풍 ․광풍 ․청풍 ․양풍, 허다한 풍자 어찌 다 달리.\"
또 바금이 사자 운을 단다.
\"한식동풍어류사(寒食東風御柳斜) 원상한산석경사(遠上寒山石經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이태백(李太白)의 죽지사(竹枝詞), 굴삼려(屈三閭)의 어부사(漁夫辭), 양소유(楊小遊)의 양류사(楊柳詞) 그린 상사, 불사이자사(不思而自思),이사 저사 무수한 사자로다.\"
또 쥐어 부딪치기 년자 운을 단다.
\"적막강산금백년(寂寞江山今百年), 강남풍월(江南風月) 한다년(恨多年), 우락중분비백년(憂樂中分非百年) 인생부득항소년(人生不得恒少秊) 일장여소년 (日長如少年), 한진부지년(寒盡不知年) 금년(金年), 거년(去年), 천년(千年), 만년(萬年), 억만년(億萬年)이로다.\"
또 나돌몽이 인자 운을 다니,
\"양류청청도수인(楊柳靑靑渡水人), 양화수쇄도강인(楊花愁殺渡江人), 편삽수유소일인(遍揷修柳少一人),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 역력사상인(易歷沙上人), 강청월근인(强淸月近人), 귀인, 철인, 만물지중(萬物之中) 유인(惟人)이 최귀(最貴)로다.\"
아귀쇠 절자 운을 단다.
\"꽃 피었다 춘절, 잎 피었다 하절, 황국단풍 추절, 수락석출하니 동절,정절,충절,마디절하니 절의(節義)로다.\"
또 악착이 덕자 운을 다니,
\"세상에 사람이 되어 덕이 없이 무엇하리. 영화롭다 자손의덕, 충효전가 조상의덕(德) 교인화식(敎人火食) 수인씨덕(燧人氏德), 용병간과 헌원씨(用兵干戈軒轅氏)덕(德), 상백제중 신농씨(神農氏)덕(德) 시획팔괘 복희씨(伏羲氏) 덕(德), 삼국성주 유현덕, 촉국명장 장익덕(張益德), 난세간웅 조맹덕(曺孟德), 위의명장 방덕(龐德), 당태종의 울지경덕(亐遲敬德),이덕 저덕이 많건마는 큰 덕자가 덕이로다.\"
또 떠죽이 연자 운을 단다.
\"황운새북(黃雲塞北)의 무인연(無人煙), 궁류저수(宮柳底垂)삼월연(三月煙), 장안성중(長安城中)의 월여련(月如練), 내 연자가 이쁜인가.\"
또 변통이 질자 운을 모운다.
\"삼국풍진에 싸움질, 오월염천에 선자질, 세우강변 낚시질, 만첩청산 도끼질, 낙목공산 갈퀴질, 술 먹은 놈의 주정질, 마누라님 물레질, 며눌아기 바느질, 좀영감은 잔말질, 사군영감 몽둥이질이아.\"
또 구변이 기자 운을 단다.
\"곱창이 복장차기, 아이 밴 계집의 뱃대기 차기, 옹기 장수의 작대기 차기,불붙는 데 키질하기, 해산하는데 개 잡기, 역신(疫神)하는 데 울타리 밑에 말뚝박기, 서로 싸우는 데 그놈의 허리띠 끊고 달아나기, 달음질하는데 발 내밀기라.\"
이렇듯 돌린 후에 차례로 거주를 물을 제
\"저기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하니, 한 놈이 대답하되,
\"내 집은 왕골이요.\"
하거늘, 그 중 군평이 삭임질은 소아래턱이 아니면 옴니 자식이라 하는 말이.
\"게가 왕골 산다 하니, 임금 왕자 골이니 동관 대궐 앞 살으시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는 하늘골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사직이란 마을이 하늘을 위한 마을이니, 사직골 살으시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나는 문 안팎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문안 문밖 산다 하니 대문 안 중문 밖이니 행랑어멈 자식이로다.\"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놈이 대답하되,
\"나는 문안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그는 알지 못하겠소. 문안은 다 그대의 집인가,\"
그놈이 하는 말이,
\"우리 집 방문 안 산다는 말이요.\"
\"또 저분은 어디 계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는 횟두루묵골 사오.\"
군평이 하는 말이
\"내가 삭임질을 잘하되 그 골 이름은 처음 듣는 말이요.\"
그 놈이 하는 말이,
\"나는 집 없이 되는 대로 횟두루 다니기에 할 말 없어 내 의사로 한 말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바닥 세째 앉은 분은 성자를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나무 둘이 씨름 하느 성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목자 둘을 겹으로 봍으니, 수풀 림자(林字) 임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놈이 대답하되,
\"내 성은 목독이에 갓 쓰인 자이요.\"
군평이 하는 말이,
\"갓머리 안에 나무 목 하였으니 나라 송자(宋字) 송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대답하되,
\"내성은 계수남기란 목자 아래 만승천자란 잣자를 받친 오얏 리자(李字) 이서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원간 무식한 놈이라 함부로 하는 말이,
\"내성은 난장 몽둥이란 나무 목자 아래 발 긴 역적의 아들 누렁 쇠아들 검정 개아들이란 아들 자 받침 복성화 이자 이성방이요.\"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은 뫼산 자 넷이 사면으로 두른 성이요.'
군평이 가만이 새겨 하는 말이,
\"뫼산자 넷이 둘렀으니 밭전 자 전서방인가 보오.\"
\"또 저분은 뉘라 하오.\"
한 놈의 성은 배가라. 정신이 헐하기로 주머니에 배를 사넣고 다니더니, 성을 묻는 양을 보고 우선 주머니를 열고 배를 찾되 배가 없는지라, 기가 막혀 꼭지를 치며 하는 말이,
\"나는 원수의 성으로 망하겠다. 이번도 뉘 아들놈이 남의 성을 내어 먹었구나. 생후에 성을 잃어 버린 것이 돈 반팔푼 열여덟푼어치나 되니, 갓득한 형세에 성을 장만하기에 망하겠다.\"
하고, 부리나케 주머니를 뒤진다. 군평이 하는 말이,
\"게 성을 물은즉, 팔결에 주머니를 왜 만지시오.\"
그놈이 하는말이,
\"남의 잔속을랑 모르고 답답한 말 말으시오. 내 성은 먹는 성이올세.\"
하며 구석구석 찾으매 배꼭지만 남았는지라 가장 무안하고 위급하여 배꼭지를 내어 들고 하는 말이,
\"하면 그렇지 제 어디로 가리오.\"
\"성 나머지 보시오.\"
하니, 군평이 하는 말이,
\"친구 의 성이 꼭지서방인가 보오.\"
\"그놈의 말이 옳소. 과연 아는 말이올세.\"
\"또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내 성은 안감이라는 안자에 부어터져 죽었다는 부자의 난장몽둥이란 동자를 합한 안부동이라 하오.\"
패가망신하는 놀부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은 쇠금자(金字)를 열 대엿 쓰오.\"
군평이 새겨 보고 하는 말이,
\"쇠가 열이니 김자 하나를 떼어 성을 만들고, 나머지 쇠가 아홉이니, 부딪치면 덜렁덜렁 할 듯하니 합하면 김덜렁쇠오.\"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손을 불끈 쥐고 하는 말이,
\"내 성명은 이러하오.\"
군평이 새겨 보고 하는 말이
\"성은 주가요, 명은 먹인가 보오,\"
\"또 저분은 뉘라 하오.\"
한 놈이 손을 길길이 펴어 보이거늘, 군평이 새기는 말이,
\"손을 펴 뵈니 성은 손이요, 명은 가락인가 보오.\"
\"저분은 뉘라 하시오.\"
한 놈이 답하되,
\"내 성명은 한가지요.\"
떠죽이 하는 말이,
\"저기 저분 성명과 같단 말이요.\"
그 놈이 하는 말이,
\"어찌 알고 하는 말이요.\"
\"내 성은 한이요, 이름은 가지란 말이올세.\"
\"또 친구의 성은 뉘라 하오.\"
한 놈이 답하되,
\"나는 난장몽둥이의 아들놈이요.\"
\"또 저분은 뉘시오.\"
한 놈이 하는 말이,
\"나도 기오.\"
부딪치기 내달아 히히 웃고 하는 말이
\"게도 난장몽둥이가 같단 말인게오.\"
그 놈이 하는 말이,
\"이 양반아 이것이 우스운 체요, 짖궂은 체요 , 말 잘하는 체요, 누를 욕하는 말이요, 성명을 바로 일러도 모르옵나. 각각 뜯어 일어야 알겠습니다. 성은 나가요, 이름은 도기라 하옵네\"
\"또 저분은 뉘라하오.\"
한놈이 하는 말이
\"내 성명이 이털저털, 괴털쇠털, 말털, 시금털털하는 털자에, 보보 봇자 합하면 털보란 사람이올세.\"
\"또 저분은 뉘시오.\" 한놈이 답하되. \"좋지 아니하오.\"
거절이 내달아 하는 말이,
\"성명을 물은즉 좋지 아니하단 말이 어쩐 말이오.\"
그놈이 하는 말이,
\"내 성은 조요, 이름은 치아니올세.\"
군집이 내달아 하는 말이,
\"저기 저분은 무슨 성이요.\"
한놈이 답하되,
\"나는 헌 누더기 입고 덤불로 나오던 성이요.\"
떠죽이 새겨 하는 말이,
\"헌옷 입고 가시덤불 나올 적에 오죽이 뭐여졌겠소.무인생인가.\"
\"도 저 친구는 무슨 성이요.\"
한놈이 답하되,
\"나는 대가리에 종기 나던 해에 났소.\"
군평이 하는말이,
\"머리에 종기 났으면 병을 썼으니 병인생인가.\"
또 한 놈이 하는말이,
\"나는 등창 나던 해요.\"
군집이 삭이되,
\"병을 등에 짊어졌으니 병진생인가 보오.\"
또 한 놈이 내달아 하는 말이,
\"나는 발새에 종기 나던 생이요.\"
쥐어 부딪치어 하는 말이,
\"병을 신었으니 병신생인가.\"
또 한놈이 대답하되,
\"나는 햅쌀머리에 난 놈이요.\"
나돌몽이 하는 말이,
\"햅쌀머리에 났으니 신미생인가.\"
또 한놈이 말하되,
\"나는 장에 나가 송아지 팔고 오던 날이요.\"
숫쇠 내달아 단단히 웃고 하는말이,
\"장에 가 소를 파았으면 값을 받아 지고 왔을 것이니 갑진생인가 보오.\"
이렇듯 지껄이다가 그중에 한 왈자가 내달아 하는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놀부놈을 어서 내어 발기자.\"
하니, 여러 왈자 대답하되,
\"우리가 수작하느라고 이때를 두었지 벌써 찢을 놈이니라.\"
하니, 악착이 내달아 하는 말이,
\"그 말이 옳다.\"
하고, 놀부를 잡아들여 찢고 차고 구울리며, 주무르고 잡아 뜯고 사주뢰(私周牢)를 하며, 회초리로 후리며 다리사북을 도지게 틀며, 복숭아뼈를 두드리며 용심지를 하여 발샅을 단근질하여 여러 가지 형벌로 쉴 사이 없이 갈라 틀어 가며 족치니, 놀부 입으로 토혈하며 여러 해 묵은 똥을 싸고 세치 네치를 부르며 애걸하니, 여러 왈자 한번씩 두드리고 분부하되,
\"이놈 들으라. 우리가 금강산 구경 가다가 노자가 핍절(乏絶)하였으니, 돈 오천냥만 내어 와야지, 만일그러하지 아니하면 절명을 시키리라.\"
하니, 놀부 오천냥을 주니라.놀부 사족을 쓰지 못하여 혼백이 떨어졌으되, 종시 박 탈 마음이 있는지라. 기염 동산에 올라가서 박 한통을 따다가 힘을 다하여 타고 보니, 팔도소경이 뭉치어 여러만동이 막대를 흩어짚고 인물을 구긱기며 내달아 하는 말이,
\"놀부야 이놈 날까 길까, 네어디로 갈다. 너를 잡으려고 안남산, 밖남산, 무계동, 쌍계동으로 면면 촌촌 방방 곡곡이 두루 편답하더니, 오늘날 이에서 만났도다.\"
하고 되는대로 휘두들기니, 놀부 살고지라 애걸하거늘, 소경들이 북을 두드리며 소리하여 경을 읽되,
\"천수천안 관자재보살 광대원만무애대비심 신묘장구대다라니왈 나무라 다라다라야, 남막 알약 바로기제사바라야아 사토바야지리지리지지리도도도로모자모자야 이시성조 원시천존 재옥청성경태상노군 태청성경나후설군게도성군 삼라만상이십팔숙성군 동방목제성군 남방화제성군 서방금제성군 북방수제성군 삼십육등신선, 연즉, 월즉, 일즉, 시즉, 사자태을성군 놀부놈을 급살방양탕르로 갖초 점지하옵소서. 급급 여율영사파하(如律令娑婆하).\"
이렇듯 경을 읽은 후에, 놀부더러 경 읽은 값을 내라하고 집안을 뒤집으니, 놀부 하릴없어 오천냥을 주고 생각하되. 집안에 돈 잉푼이 없어 탕진하였는지라, 이를 어찌하지 하나니 하면서도 동산으로 올라가서 또 왜골의 박 한 통을 따 가지고 내려와서 째보를 달래되,
\"이번 박은 겉으로 봐도 하 유명하니 바삐 타고 구경하세.\"
하며,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우뢰 같은 소리 진동하며 비로다 비로다 하니, 놀부 어찌할 줄 모르고 박 타기를 머무르니, 박 속에서 또 불러 이르되,
\"무슨 거래(去來)를 이다지 하는가. 비로라.\"
놀부 더욱 겁을 내어 하는 말이,
\"비라 하니 무슨 비온지 당명황의 양귀비오니까, 창오산 이비(二妃)니까. 위선 존호를 알아지이다.\"
박속에서 하는 말이,
\"나는 유현덕의 아우 거기장군(車驥將軍) 장비로다.\"
하니, 놀부 이 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아득하여 하는 말이,
\"째보야, 이 이을 어쩌하잔 말인고, 이번은 바칠 돈도 없고 하릴없이 네고 나고 죽는 수밖에 없다.\"
하니 째보놈이 하는 말이,
\"이 사람아 그 어인 말인고, 나는 무슨 탓으로 죽는단 말인가. 다시 그런 말 하다가는 내 손에 급살탕을 먹을 것이니 그런 미친놈의 소리는 말고 타던 박이나 타세. 장군이 나오시거든 빌어나 보소.\"
놀부는 하릴없으매 마지 못하여 마저 타고 보니, 한 장수 나오되 얼굴은 검고 구렛나룻을 거스리고 고리눈을 부릅뜨고, 봉 그린 투구에 용린갑(龍鱗甲)을 입고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내달으며,
\"이놈 놀부야, 네 세상에 나서 부모에게 불효하고 형제 불화할 뿐더러 여러 가지 죄악이 많기로 천도가 무심치 아니하사 날로 하여금 너를 죽여 없이하라 하시기로 왔거니와 너같은 잔명을 죽여 쓸데없으니 대저 견디어 보아라.\"
하고, 엄파 같은 손으로 놀부를 움쳐잡아 끄을고 헛간으로 들어가 호령하되 멍석을 내어 펴라 하니, 놀부 벌벌 떨며 멍석을 펴니, 장비 벌거벗고 멍석에 엎드려 분부하되, \"이놈 주먹을 쥐어 내 다리를 치라.\"
하니, 놀부 진력하여 다리를 치다가 팔이 지쳐 애걸하니 장비 호령하되,
\"이놈 잡말 말고 기어올라 발길로 내 등을 찧어라.\"
하거늘, 놀부 그 등을 치어다 본즉 천망장이나 한지라, 비는 말이,
\"등에 올라가다가 만일 미끄러져 낙상하면, 이후에 빌어먹을 길도 없으니 덕분에 살려지이다.\"
하니 장비 호령하되,
\"정 올라가기 어렵거든 사닥다리를 놓고 못 올라갈다.\"
놀부 마지 못하여 죽을 뻔 살 뻔 올라가서 발로 한참을 치더니, 또 다리를 지쳐 꿈쩍할 길 없는지라,또 애걸하니 장비 호령하되,
\"그러하면 잠깐 내려앉아 담배 한 대만 먹고 오르라.\"
하니, 놀부 기어내리다가 미끄러져 모저비로 떨어져 뺨이 사태 나고, 다리 접질려 혀를 빻우고 엎드려 애걸하니, 장비 이를 보고 어이없어 일어앉아 하는 말이,
\"너를 십분 용서하고 가노라.\"
하더라. 놀부 생급살을 맞고도 동산으로 올라가서 박 한통을 따 가지고 내려와서 하는 말이,
\"째보야, 이 박을 타고 보자.\"
하니, 째보 생각하되 낌새를 본즉 탈 박도 없고 날찍이 없는지라, 소피하러 감을 핑계하고 밖으로 빼니라, 놀부 하릴없어 종을 데리고 박을 켜고 보니, 아무것도 없고 박속이 먹음직한지라, 죽을 끓여 맛을 보고 하는 말이,
\"이런 국 맛은 본 바 처음이로다.\"
하며 당동당동하다가 미쳐서 또 집 위에 올라가 보니, 박 한 통이 있으되 빛이 누르고 불빛 같은지라, 놀부 비위 동하여 따 가지고 내려와 한참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 아무 소리 없고 전동네가 몰씬몰씬 만져지거늘, 놀부하는 말이,
\"이 박은 농 익어 썩어진 박이로다.\"
하고 십분의 칠팔분을 타니, 홀연 박속으로서 광풍이 대작하며 똥줄기 나오는 소리 산천이 진동하는지라. 왼집이 혼이 떠서 대문 밖으로 나와 문틈으로 엿보니, 된똥․ 물지똥 ․ 진똥 ․ 마른똥 여러 가지 똥이 합하여 나와 집 위까지 쌓이는지라, 놀부 어이없어 가슴을 치며 하는 말이.
\"이럼 일도 또 있는가. 이러한 줄 알앗다면 동냥할 바가지나 가지고 나왔더라면 좋을 뻔하다.\"
하고 뻔뻔한 놈이 처자를 이끌고 흥부를 찾아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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